거인의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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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너스 니’와 ‘점퍼스 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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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거인병원
등록일 2025-09-22 15:38
조회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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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효 거인병원 관절클리닉 과장

 

’런닝 전 스트레칭·준비운동 철저히
추벽과 슬개하부 지방체, 염증 야기
반복적 강한 움직임 미세파열 유발
휴식과 냉찜질, 물리·약물치료 도움

 

최근 몇 년 사이 러닝 인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주말마다 열리는 마라톤 대회, 직장인 러닝 동호회, 개인 기록을 목표로 하는 아마추어 러너까지, 러닝은 이제 특정 운동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러닝의 인기가 높아진 만큼, 무릎 통증과 같은 부상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특히 ‘런너스 니(슬개대퇴통증증후군)’와 ‘점퍼스 니(슬개건염)’는 러너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대표적인 과사용 손상이다.   
‘런너스 니(Runner’s knee)’는 의학적 용어로는 ‘슬개대퇴통증증후군(patellofemoral pain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슬개대퇴통증증후군’은 무릎의 전방부 통증(anterior knee pain)을 일으키는 넓은 범주의 질환을 가리키며, 여러 원인이 존재한다. 흔한 원인 중 하나로 ‘추벽 증후군(plica syndrome)’이 있다. 추벽은 태아 때 형성되는 무릎 등 관절 내부의 얇고 부드러운 막 주름을 일컫는다. 성인이 됐을 때 대부분 사라지지만, 드물게 일부 성인에 남아 반복적인 무릎의 자극으로 인해 두꺼워지거나 염증을 일으키게 될 때 ‘추벽 증후군’으로 불리게 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무릎 전방부에 존재하는 ‘슬개하부 지방체(infra patella fat pad)’에 의해 ‘슬개대퇴통증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실제 무릎 내부의 통증을 잘 느끼는 구조물은 대부분 무릎 앞쪽에 있는 지방체라는 조직이다. 지방체 내부에 통증 수용체가 풍부하므로 통증이 대부분 무릎 앞쪽으로 발생하게 된다. 또한 무릎 전방부 통증 중 러닝 거리나 빈도를 갑작스럽게 늘렸을 때 발생하며, 허벅지 앞뒤 근육의 불균형, 잘못된 러닝 자세, 무릎 정렬 이상, 또는 신발의 쿠션 부족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증상의 특징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쪼그려 앉은 뒤 일어날 때, 혹은 오래 앉아 있다가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진다는 점이다. 방치하면 통증이 점차 심해지고 운동 지속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 지방체 내부의 염증이 심해진다. 

‘점퍼스 니(Jumper’s knee)’는 무릎 아래쪽 힘줄(슬개건)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점프와 착지를 반복하는 운동에서 잘 나타난다. 무릎 전방에 존재하는 슬개골의 경우 무릎을 구부리고 펴는 데 있어 도르래 역할을 하며, 슬개건과 대퇴건의 경우 이러한 도르래를 움직이게 하는 노끈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반복적인 무릎의 움직임, 특히 강한 힘으로 무릎의 움직임이 생기게 된다면 힘줄의 부착부에서 견인손상이 반복적으로 생기게 되며, 결과적으로 힘줄부착부의 미세파열이 발생하게 된다. 농구나 배구 선수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러닝에서도 내리막길 달리기, 무리한 인터벌 훈련, 갑작스러운 페이스 증가 후에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운동 시작 시 통증이 나타나고 몸이 풀리면서 완화되지만, 상태가 악화되면 일상생활에서도 지속적인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과사용 손상은 이름 그대로 ‘과도하게 사용’했을 때 발생하므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러닝 전후로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 뒤쪽의 햄스트링, 엉덩이 근육(둔근)을 충분히 풀어 주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러닝 거리와 강도는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 주당 러닝 거리를 10% 이상 급격히 늘리지 말고, 회복 일을 포함한 훈련 계획을 세워야 한다. 셋째, 근력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 허벅지, 둔근, 코어 근육의 강화가 필수다. 

통증이 이미 발생했다면 무리해서 운동을 지속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초기에는 1~2주간 휴식하며 얼음찜질을 하고, 필요 시 물리치료나 테이핑을 병행하면 좋다. 통증이 줄어든 뒤에는 원인을 분석해 러닝 자세 교정, 근력 불균형 해소, 신발 교체 등을 고려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와 예방에도 동통이 지속된다면 약물치료 및 주사치료, 물리치료를 통해서 증상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추벽이 과하게 두꺼워져 주변 연골에 결손을 일으키는 경우나, 슬개건의 심각한 파열이 동반된 점퍼스 니의 경우는 드물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증상이 악화될 경우 반드시 병원에서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검사가 필요하다.

러닝은 심폐 건강 향상, 체중 관리, 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한 이점을 주지만, 무릎이 건강해야만 그 즐거움을 오래 누릴 수 있다. 과사용 손상은 대개 초기 관리만 잘해도 회복이 빠르지만, 방치하면 만성화돼 운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러닝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기록 단축과 훈련량 증가에만 집중하기보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무릎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시길 바란다.


건강한 무릎은 단순히 달리기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평생의 활동성과 삶의 질을 지키는 핵심이다. 오늘도 러닝화를 신기 전, 스트레칭과 준비 운동으로 무릎에 “준비됐어?”라고 먼저 물어보는 습관이 여러분의 러닝 인생을 길고 즐겁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