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프면 무조건 디스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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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욱 거인병원 척추클리닉 과장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 아니에요?” 외래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허리 통증이 생기면 곧장 ‘디스크’부터 떠올립니다. TV 건강 프로그램이나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허리 디스크’라는 용어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허리 통증의 대부분은 디스크 때문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의학적 진단명으로 ‘요추 추간판 탈출증’은 허리 통증의 수많은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비특이적 요통, 그게 뭘까요?
허리 통증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근골격계 질환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체 요통 환자의 약 80~90%는 정확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의학적으로 ‘비특이적 요통’이라고 부릅니다. 이 말은 “X-ray나 MRI를 찍어도 명확한 병변이 보이지 않는 통증”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비특이적 요통은 대부분 근육이나 인대의 미세한 손상, 잘못된 자세, 오래 앉아 있는 습관, 심지어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등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일상생활 중 허리를 삐끗하거나, 장시간 운전 후 뻐근함을 느끼는 것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행히 이 경우 대부분은 며칠에서 수주 안에 자연스럽게 호전됩니다.
디스크 돌출? 흔하지만 꼭 아프진 않습니다
MRI를 찍어 보면 종종 “디스크가 삐져나왔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디스크가 돌출되었더라도 반드시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40대 이상 인구의 절반 이상에서 무증상 디스크 탈출이 관찰됩니다. 즉, 허리 디스크가 있다는 것과 통증이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통증이 심한데도 영상 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통증을 단순히 ‘보이는 병변’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통증은 뇌가 해석하는 감각이기에, 동일한 병변에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반응합니다.
디스크성 통증의 특징은 따로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스크로 인한 통증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단순히 허리가 아픈 것이 아니라, 엉덩이에서 다리로 뻗어나가는 방사통이 동반되는 경우 디스크성 신경 압박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허리 통증과 함께 한쪽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까지 저리거나 감각 이상이 있다면 이는 좌골 신경이 자극받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또한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통증이 심해지거나, 앉아 있을 때 통증이 악화되고 걷거나 서 있을 때 오히려 나아진다면, 이는 디스크 질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증상이 있을 때는 영상 검사가 진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
MRI가 만능은 아닙니다
MRI는 척추 질환 진단에 매우 유용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모든 요통 환자가 처음부터 MRI를 찍을 필요는 없습니다. 의료 지침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경우에 MRI를 권장합니다.
-6주 이상 통증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때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 저하가 생긴 경우
-배뇨 또는 배변 장애가 동반될 때
-암, 감염, 골절 등의 의심이 있는 경우
이외의 경우에는 우선 보존적 치료(약물, 물리 치료, 생활 습관 조절)를 시행하면서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괜히 MRI에서 디스크 돌출이 있다는 말을 듣고 불안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영상이 아니라 증상과 기능입니다.
허리 아프다고 무조건 누워 있지 마세요
많은 분들이 허리가 아프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시지만, 지나친 안정은 오히려 회복을 늦출 수 있습니다. 특히 비특이적 요통의 경우, 적절한 활동을 유지하면서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가능한 한 일상 활동은 계속 유지하고,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걷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시작해 보세요.
실제로 장기적으로 허리 통증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코어 근육 강화 운동입니다. 허리 주변의 근육이 튼튼해야 디스크와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정답은 ‘내 몸에 맞는 치료’
허리 통증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흔한 증상이지만, 그 원인과 해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지인의 치료 경험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의 증상과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허리 디스크는 중요한 질환이지만, 모든 요통의 원인도 아니고, 항상 수술이 필요한 병도 아닙니다. 필요할 때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지나친 걱정보다 바른 정보와 꾸준한 관리가 훨씬 중요합니다.
맺으며,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무조건 디스크라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요통은 시간과 관리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으며, 무리한 검사나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이해와 실천입니다. 허리 통증이 생겼을 때는 불안해하지 마시고, 증상에 맞는 접근과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건강한 척추를 지켜나가시길 바랍니다.